[책마을] AI·세이노·천명관·검정 고무신…올해 출판계 달군 키워드

입력 2023-12-29 18:57   수정 2023-12-30 00:33

누가 출판시장을 지루하다고 했던가. 평소라면 사실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스펙터클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은 출판계에도 여지없이 몰려왔고 한국 작가들이 지구촌 도서시장에서 이름을 드높였다. 검정 고무신 사태와 서울 국제도서전을 둘러싼 논란도 컸다. 교보문고가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가운데 올해도 출판시장의 불황은 그칠 줄 몰랐다.

1. 출판계에도 AI 열풍

작년 11월 챗GPT가 세상에 나온 뒤 전 세계가 생성형 AI 열풍에 휩싸였다.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챗GPT가 쓴 자기계발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 챗GPT가 인간 작가와 함께 쓴 소설 <매니페스토> 등이 나왔다. 챗GPT 사용법을 알려주는 책, 인공지능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책도 쏟아져 나왔다.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부분 내용이 얄팍했기 때문이다. 다만 언젠가 AI가 인간 작가와 번역가를 대체할 수 있으리란 짐작을 가능케 했다.

2.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은 한국 작가들

소설가 한강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최초다. 천명관의 <고래>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한국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훌륭한 번역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래>를 번역한 김지영,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는 이제 원작 작가만큼이나 유명한 이름이 됐다.

3. ‘세이노의 가르침’ 돌풍

‘세이노’란 필명을 쓰는 익명의 작가가 쓴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 올해 서점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에 올랐다. 교보문고에선 19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1000억원대 자산을 일군 것으로 알려진 세이노는 20여 년 전 한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의 글을 모은 PDF가 인터넷에서 공유되며 읽히다가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됐다. ‘전설의 책’이라며 출간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4. 문학 거장들의 별세

한 시대를 풍미한 문학 거장들이 세상을 떠났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밀란 쿤데라,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이즈 글릭 등이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 소설가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인 코맥 매카시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예술가는 죽어도 작품은 영원히 남는다. 이들의 책이 올해 대거 국내 출간됐다.

5. 올해도 오른 책값

책값이 또 올랐다. 지난해 인상이 종이값 상승 때문이었다면 올해는 서점들이 무료 배송 최저 가격을 올린 것이 원인이 됐다. 1만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해주던 것을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출판사들은 한 권을 사도 무료 배송해준다는 명목으로 책값을 올렸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서점 3사를 쫓는 입장인 영풍문고는 1만원 이상 무료 배송을 고수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6. 검정 고무신 사태

만화 ‘검정 고무신’의 그림 작가 이우영이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유족은 경찰에 그가 저작권 분쟁으로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진술했다. 검정 고무신은 이영일이 이야기를 쓰고, 이우영이 그림을 그렸다. 2007년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같이 사업을 시작하며 맺은 계약이 분쟁의 발단이 됐다. 이우영은 이것이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정부는 검정 고무신 사태 방지법을 제정해 국회에 넘겼다.

7. 교보문고 첫 희망퇴직

4월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가 1980년 설립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책 읽는 사람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왔다. 1000여 명 직원 가운데 15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8. 서울 국제도서전 잡음

6월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이 첫날부터 고성과 몸싸움으로 시끄러웠다. 도서전 홍보대사에 오정희 작가를 위촉한 것을 두고 일부 문화예술단체가 거세게 항의하며 벌어진 소란이었다. 오 작가가 박근혜 정부 시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출입을 저지하는 경호원을 뚫고 행사장에 들어와 바닥에 눕거나 고함을 질렀다.

9. 알라딘 전자책 유출

5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해킹을 당해 전자책 72만 권이 유출됐다. 이 중 5000권이 텔레그램에 유포됐다. 경찰이 잡고 보니 범인은 고등학생이었다. 피해 보상을 놓고 출판계와 알라딘이 갈등을 빚었다. 알라딘이 구체적인 보상안 마련을 미루자 출판사들은 전자책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종이책 공급도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12월 양측이 합의하며 갈등이 봉합됐다.

10. 출판시장 불황

출판시장에 불황이 찾아왔다. 새롭지는 않다. 줄곧 내리막이었다. 하지만 밖에 못 나가는 사람이 책을 많이 사서 보던 ‘코로나 특수’가 끝난 직후라 출판인들이 느낀 체감 경기는 더 냉랭했다. 그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종도서 등의 정부 지원을 줄인다고 하자 출판인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했다. 출판계는 영화처럼 제작비 세액공제 혜택을 달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임근호/구은서/안시욱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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